NAMDO CHURCH

주일설교

주일오전설교

NAMDO CHURCH

2025-11-09 주일오전설교

들리지 않는 예수님의 발걸음

페이지 정보

작성일 25-11-09 07:12

본문

설교본문: 마태복음 12장 18-21절

들리지 않는 예수님의 발걸음: 소리 없는 빛으로 어둠을 밀어내다 (마태복음 12:18-21)

새벽 창문을 통해 예배당을 비추는 아침 햇살은 언제나 경이롭습니다. 약 1억 5천만 km라는 상상할 수 없는 거리를 날아오면서도, 이 빛은 단 하나의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캄캄했던 어둠을 순식간에 몰아내면서도, 고요함 속에서 세상을 바꾸어 놓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한자를 현대어로 적어둔 글에 이러한 빛에 대한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빛은 소리 없이 어둠을 밀어내고, 향기는 이름 없이 번져간다. 그대가 진짜여도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하늘은 항상 말없이 제 할 일을 한다.” 그렇습니다. 빛처럼 진짜는 소리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그 존재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빛이 소리를 내지 않아도 어둠을 몰아내듯, 향기가 이름을 알리지 않아도 공간을 가득 채우듯 말입니다오늘 우리가 주목할 예수님의 모습은 바로 이 '소리 없는 빛'과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마태복음 12장 19절은 예수님의 사역 방식을 명확히 묘사합니다.

"그가 다투지도 아니하며 들레지도 아니하리니, 아무도 길에서 그 소리를 듣지 못하리라." (마태복음 12:19)

세상이 시끄럽게 자기를 드러내려 할 때, 예수님은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구원의 사명을 완수하셨습니다. 그분의 발걸음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 발걸음이 머문 곳마다 어둠은 물러갔고, 상한 마음은 회복되었습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예수님의 이 조용한 걸음 속에 담긴 세 가지 구원 사역의 본질을 깨닫고, 우리의 삶을 비추는 빛으로 삼기를 소망합니다.



I. 배경: 논쟁의 한복판에서 드러난 안식일의 주인

오늘 사건은 안식일, 유대인의 회당에서 벌어졌습니다. 앞선 안식일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 먹은 일로 이미 바리새인들과 충돌했던 직후였습니다. 당시 예수님은 "인자가 안식일의 주인이다!"라고 선포하심으로써, 안식일의 본질이 율법 준수가 아닌 참된 쉼과 생명을 주는 것임을 밝히셨습니다. 율법에 매여 있던 바리새인들에게 이 말은 곧 도전이었고, 그들은 예수를 고발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들의 적대심을 아시면서도, 피하지 않고 호랑이 굴과 같은 회당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바리새인들이 함정으로 미리 준비해 둔 듯 손 마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안식일에 병 고치는 것이 옳으니이까?"(10절)라고 질문했는데, 이는 궁금증이 아니라 예수를 고발하기 위한 서슬 퍼런 협박이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환자의 고통보다 논쟁에서 이겨 율법으로 예수를 옭아매려는 냉정하고 악한 의도만이 가득했습니다.

이때 예수님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본질적인 말씀으로 그들을 꾸짖으셨습니다.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한 마리가 있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졌으면 끌어내지 않겠느냐?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그러므로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니라"(11-12절). 그리고 손 마른 자에게 "손을 내밀라!" 명령하셨고, 그 명령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순종하자 치유가 일어났습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계략을 아셨지만, 그들과 길게 논쟁하지 않고 행동으로 진리를 입증하셨습니다. 치유의 순간은 요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말씀의 선포가 전부였습니다. 바리새인들의 귀에는 고발할 소리만 들려왔겠지만, 치유받은 손 마른 자에게는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라는 주님의 말씀이 가슴 깊이 메아리쳤을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이 놀라운 장면을 보고서도 예수를 죽일 것을 의논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곳을 떠나가시되,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의 병을 다 고치시며 묵묵히 사명을 완수하셨습니다.



II. 들리지 않는 발걸음의 세 가지 본질 (이사야 42:2-3)

마태는 예수님께서 논쟁을 피하고 조용히 떠나신 이유를 구약 이사야 42장의 예언을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예수님의 조용한 발걸음에는 세상의 소란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세 가지 본질적인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1. 다투지 않으시는 분: 소명에 시간 낭비하지 않는 삶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이사야 42:2a)

예수님은 다투지 않으셨습니다. '다툰다'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내세우고 억울함을 모두 내뱉는 행위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말과 논쟁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에 수억 개의 영상과 글이 쏟아져 나오며,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기주장을 하지만 정작 진실된 말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꼭 해야 할 말만 하시고 논쟁을 피하셨습니다. 그분은 이미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 곧 심판을 이방에 알게 하는 것(18절)이라는 확고한 답을 가지고 계셨기에, 불필요한 논쟁으로 그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적용: 우리도 자신의 옳음을 드러내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진리는 소리치지 않아도 빛처럼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우리 안을 하나님 주신 소명과 비전으로 가득 채워, 세상의 다툼과 논쟁에 휩쓸려 소중한 삶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주님의 발걸음을 따라가야 합니다.


2.  들레지 않으시는 분: 억울함을 품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삶

"...그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 아니하며..." (이사야 42:2b)

'들레다'(크라조)는 내면의 울분과 억울함, 분노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부르짖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가룟 유다의 배신, 베드로의 부인, 그리고 빌라도 앞에서의 부당한 재판 등, 인간적으로는 분통 터지고 억울한 일들을 수없이 당하셨습니다. 십자가의 길 그 자체가 억울함과 분노의 극치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을 침묵하며 안고 가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의 계략을 아셨지만, 그들에게 분노하거나 억울함을 토로하며 들레지 않으셨습니다. 그 이유는 그 상황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터뜨림으로써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망치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입니다.

적용: 우리는 삶 속에서, 특히 사역의 자리에서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쉽게 낙심하고 목소리를 높이려 합니다. 그러나 왕이신 예수님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시고 묵묵히 사명을 완수하셨습니다. 때로는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인정받지 못해도 들레지 않으시는 주님을 따라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소리 없이 사명을 감당하는 조용한 손길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이 땅에 이루어집니다.


3.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는 분: 연약한 자를 치유하는 구원의 손길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 (이사야 42:3)

'상한 갈대'는 마음의 상처, 실패, 좌절로 인해 꺾여버린 인생을, '꺼져가는 심지'는 희망을 잃고 삶의 의욕마저 타들어 가는 연약한 영혼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살기 어린 시선 속에서도,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의 병을 묵묵히 다 고치셨습니다.

예수님의 조용한 걸음은 곧 구원의 걸음이었습니다. 그분은 상처 입은 자들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연약한 자들을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다시 붙들고, 성령의 기름을 부어 다시 빛을 발하도록 회복시켜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적용: 우리는 주님처럼 묵묵히 상처 입은 이웃을 판단하지 않고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믿음이 약해져 심지가 타들어가는 이들을 비난하기보다, 위로하고 기도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소리 없는 빛으로 그들의 어둠을 비추고, 그들의 상한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따라야 할 정의의 시행입니다.



III. 우리의 삶을 향한 조용한 발걸음

새벽을 밝히는 빛처럼, 예수님의 발걸음은 자신을 증명하려 다투지 않았고, 억울함을 토로하며 들레지 않았습니다. 오직 연약한 영혼을 구원하고 치유하는 사랑과 순종의 발걸음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남의 상처와 절망을 소문거리로 삼아 더 큰 아픔을 안겨주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소리 내고, 억울함을 참지 못해 토로하며, 우리의 발걸음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제 다시 예수님의 들리지 않는 발걸음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분처럼 다투지 않고, 들레지 않으며, 연약한 자들을 향한 구원의 힘찬 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소리 없는 빛처럼 조용히 어둠을 밀어내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길을 걷는 사람.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다시 붙잡는 사람. 그런 조용한 믿음의 걸음이 우리의 발걸음이 될 때, 손 마른 자와 같던 우리의 인생, 말라버린 우리의 믿음과 사랑, 냉랭해진 관계와 희망이 주님의 치유하시는 능력 안에서 다시 회복되고 펴지는 역사가 우리 삶 속에 일어날 줄로 믿습니다.


기도: 주님! 허탄한 논쟁과 억울한 분노로 인해 하나님 주신 사명을 잊고 살아온 우리의 시끄러운 발걸음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이제 주님 발걸음에 맞추어 동행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처럼 다투지 않고, 들레지도 않고,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심지를 품어 치유하는 자로, 소리 없는 빛과 같이 살아가는 능력의 그리스도인들 다 되게 하여 주옵소서. 아멘.